2008년 9월 30일 화요일

나를 무척 스트레스 받게 하는 것들.

직업 자체가 예외적인 상황을 다루는 것들이고, 늘 긴박해질 수 있는 업무여서 그런지, 업무 외에 일상생활에서 예외적인 상황이 생기는 것 자체를 못견뎌 한다.

가령 와이프와 저녁을 일식을 먹으러 가기로 했는데, 와이프가 갑자기 맘이 바뀌어서 중식을 먹자고 하던가 (머리속에는 이미 어디 일식집 갈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평소에 안받아보던 세금 고지서가 날아온다거나, 저녁은 빵을 먹어야지라고 생각했는데 빵집이 오늘따라 문을 닫았다거나, 이발하러 미용실에 갔는데 늘 가지고 다니던 마일리지 카드를 오늘따라 하필 바지를 갈아입는 바람에 두고 왔다거나...(오늘 이발로 생기는 마일리지 거 뭐 몇백원이나 한다고...)

남들은 대수롭지 않을 일상의 일들에서 스트레스를 극심히 받는다. 그렇다고 스트레스를 발산하지는 않는다. 그냥 속으로 다 삭인다;;

대신 업무상으로는 남들은 평생 겪지도 못할일들을 한해에 서너번은 심하게 겪는데도 그런건 도리어 잘 이겨낸다. (어쩌면 학생시절부터 남들이 못겪는 것을 너무 많이 겪어서 이런계열 일에 반응하는 역치가 올라가서 대수롭지 않은지도.)

하여간 요 몇달간 나를 무척 스트레스 받게 하는 발가락에 박힌 가시처럼 밉살스러운 일이 몇가지 있다. 바빠서 아직 미결 상태이다. 연말은 되어야 짬이 날 듯.

  1. 두달 전쯤인가 PSP 의 키패드가 고장났다. 잘 눌려지지 않는다. A/S 받아야 하는데 아직 못받았다. 반나절만 시간내면 되는데. 그 반나절이 여의치 않다는 사실이 싫다. 택배로 접수시키는 방법도 있지만 번거롭다. 이런 번거로운 일이 내게 일어났다는 사실이 싫다.
  2. 내 닌텐도DSL 의 메모리 카드는 가끔 초기화 된다. 남들에게는 거의 안일어 나는 일인데. 몇달간 애써 플레이 해둔 세이브 파일들이 초기화 될 때는 눈에서 인불이 난다. 몇바이트 되지도 않는 그 디지탈 파일 0과 1의 조합 덩어리가 인생에 그렇게 스트레스냐? 라고 하면 할말은 없지만 그저 가슴에 불덩어리가 인다.
  3. 내 데스크탑 PC 가 3일전 파워가 나갔는지 보드가 탔는지 외관상 멀쩡한데 갑자기 부팅이 안된다. 실험 돌릴 것도 많아서 PC 대수가 한대라도 많은게 절실한 상황인데 울화가 치민다. 조립PC 여서 수리하려면 용산까지 들고가든지 해야 한다. 바빠 죽겠는데;;; 다음에는 결단코 브랜드PC 산다. PC구매 단가는 비쌀지언정 전화만 하면 제꺽 오는 A/S 가 절실하다.
  4. 고향에 사드린 베어본PC 가 아들내미가 열심히 파워버튼을 옛날 오락실에서 올림픽 게임하듯 수시로 눌러대더니 부팅이 안되신다. 으르렁 사드린지 얼마 안되었는데. 예전에는 삼보PC 를 사드렸어서 무슨일이 있으면 A/S기사를 불르면 되는 일이었지만, 이번엔 모처럼 조립PC 로 갈아드렸더니 결국 내가 내려가야 한다. 또 이걸 고향에서 서울까지 차로 들고와서 용산에 가든 해야 한다. 으르렁
  5. 집의 공기청정기 노즐이 전후로 안움직인다. 아들의 소행으로 보인다. 이거 고치려면 A/S 기사 불러야 하는데 그러면 A/S 기사 오는날 집에 낮시간에 대기하고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젝일! 나에겐 낮에 직장생활 또는 학교생활이 있다구! 집에는 보통 밤 11시는 되어야 귀가한다구. 주말에는 고향에 애기 보러 가야 한다구! 기계가 고장났다기 보다는 이까짓 전자제품 수리 맡길 시간도 없다는 것에 스트레스가 치민다.
  6. 자동차에 붙인 매립식 네비게이션이 2006년초에 차를 살 때 붙인 모델인데, 그새 노후했는지 오동작이 많다. 다운도 잘되고, 검색도 제대로 안된다. 아예 네비게이션을 신형으로 바꾸고 하이패스도 달 겸 자동차 샵에 가야 하는데 갈 짬이 안난다. 매번 운전할 때마다 네비게이션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다. 하필 요근래 경기도에 와이프가 갈일이 많은데, 서울에서 경기도 사이의 구간도 제대로 못찾아준다. 올해 초부터 하이패스 달아야지 달아야지 했는데 매주 꼬박꼬박 고향에 왔다갔다 하고 있건만 하이패스를 달러 못갔다. 독한맘 먹고 달았어도 하이패스 본전은 뽑고도 남았겠다. 젝일!

밥먹고 일만 신경쓰면 되게 (심한 일중독자인지라...) 누가 저런 잡일 좀 제꺽제꺽 다 알아서 처리해 주면 좋겠다.

일하기도 공부하기도 바쁘고 없는 시간 쪼개서는 가정을 돌봐야 하는데 고작 저런 저급한 일처리에 시간을 쏟아야 한다는게 미친듯이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