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월 12일 월요일

어찌되었건 그냥 내가 지금 속한 이곳이 좋다.

회사에서 쓸쓸함을 느끼는 경우는 두가지이다.

첫째는 회사가 쓸쓸하다고 느껴질 때는 예전에 친했던 동료들이 세월이 흐르면서 하나 둘 떠난 것을 경험하고서이다.

마음열었던 말벗도, 친구도, 동료도 어떠한 사정에서든 떠난사람들이 있기 마련이고, 내가 회사에 오래 있었던 만큼 (아직 5년 밖에는 현재 회사에 몸담지 않았지만) 또 오래 다니면 다닐 수록 이별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회사 조직은 변하고 또 변한다.

사람이 없어지면 새로운 인원이 채워지든 그렇지 아니하든 나에게 변화를 주게 된다.

옛날 인원의 일스타일을 그리워 하면서 그 때 그 분이 계속 저 자리를 지키고 있었더라면 좋을 텐데... 라고 종종 추억에 젖곤 한다.

같이 전쟁터에서 화약냄새 맡아가며 밤새 달렸지만 공적을 세우지 못해 쓸쓸해 떠난 동료도 있었고, 공적을 세웠으나 보상이 마음에 차지 않아 변해가는 동료도 있었고, 함께 최전선에서 방어라인을 뛰면서 고락을 함께 했고 지금도 늘 함께인 동료도 있다.

(나는 운이 너무 좋다. 실력있는 무장도 공훈을 세울 전쟁터가 주어지지 않아 헛되이 늙어가는 경우도 많은데, 내가 가진 재주가 도움될만한 전쟁터가 매년 있어왔었고 운이 좋아서 그때마다 공을 세워 올 수 있었던 것 같다.)

언제나 모든이가 평생 같이 웃으며 일을 계속하면 좋겠지만, 어찌 그게 인생사에서 가능하랴. 각자의 개인사에 의해, 각자의 문제로 인해 다 자기 결정을 내리게 되는 것을.

 

쓸쓸함을 느끼는 또 하나의 경우는 현장에서 이 사람 저사람 부딪히며 일을 전투적으로 치열하게 살다가, 매니져로써의 업무가 조금씩 비중이 높아지면서 살갑게 현장에서 타부서 사람들과 부딪힐 일이 줄어들기 시작하면서, 쓸쓸하다고 느껴지는 경우이다.

까칠하게 많이 부딪히더라도 사람들과 많이 부대끼는 것이 외롭지 않은데, 매니져가 되면 언행도 더 삼가야 하고, 무언가 항상 조정의 여지를 담고 살아야 하기 때문에 전투적으로 나서기에도 움찔 하는 순간이 있다. (현장일을 추구하는 나로서는 재미없는 것중 하나이다.)

어느 순간 내가 직접 해치운 일보다 동료나 실, 팀원들이 해낸 업무를 보고하는 중간 경로에 있는 사람이 되었을 때에는 느낌이 묘하다.

때로 직접 일을 해내볼 요량으로 덤벼들어 보지만, 이미 내가 뛰어드는 순간 주변에서 부담스러워 하는 시선을 느끼고, 타 업무에 치여있다 보니 나 스스로가 병목이 되어 쾌진격 속도를 늦추는 때가 종종 있는 걸 느끼고 소스라치게 떨린다.

그러자고 현장일에서 멀어지자니 'too young to retire, too old to hack the net' 이라는 예전에 만들어둔 문구가 떠오른다. 난 아직 젊은데. 아직 더 배울게 많은데.

' 저 인간은 일하는데 걸리적 거리기만 할 뿐 추진력이 없어. 뭐 저리 주저하는게 많고 느려터진거야' 라고 내가 경멸하던 부류의 사람으로 내가 행여 변모될까봐 두렵고, 이것이 나를 우울하게 만든다.

(때론 변해있다. 흠칫)

 

뭐랄까. 밴드오브브라더즈 영화에 깔려 있는 진한 전우애, 고생이 끝난 후 낙일이 왔건만 낙일을 같이 즐기지 못하게 된 사람들로부터 오는 쓸쓸함, 현장에서 멀어져 가는 사관의 비탄. 그런 감정들이 요즘 마음에 흘러들어와서 소용돌이 친다.

아직 적응을 더 해 나가야 겠지만.

내가 더 얍삽하게 영리하게 살아가는 체질이었다면, 도리어 이 상황을 즐기고 자기 개인적인 즐거움을 더 다른 방면으로 찾는다거나

이 일 저 일 지시만 해두고 농땅농땅 하는 사람이 될 수도 있었겠지만, 심히 우직하기 그지 없는 스타일이어서, 실무에도, 관리에도 능통하고 싶다는 열망을 계속 탐하게 된다.

 

이러니 -_- 개인사가 없고 인생이 무미건조하게 일로만 점철되어 있는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러한 나를 알아주는 사람이 있는한, 그게 기꺼워 서라도 계속 이렇게 살게 될 것 같다. 업계에 발디딘 날부터 십년넘게 그래왔는걸 무에 변할 건덕지가 있겠는가.

 

어찌되었건 그냥 내가 지금 속한 이곳이 좋다. 그저 일을 계속 해 나갈 뿐이다.

계속 일해가면서 나도 조금씩은 변하겠지만

언제고, 언제가 되었던 '그 놈 일 좀 제법 하지. 훌륭한 현장지휘관이면서 경영마인드도 있는 사람' 이라는 평가를 듣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뭐든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쥐고 있어야 하는데, 모든 게 모래알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듯 빠져나가기만 하고 있어서 -_- 마음이 허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