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대학원 합격통지를 받으셨다면... (입학 전 체크리스트)

 학교마다 다르겠지만 대부분 이맘 때 쯤이면 대학원 합격통지를 받게 됩니다. 

대학입시나 대학원 입시나 통지서 날아올 때까지 맘졸이게 되는 것은 똑같죠. 

물론 극복하기 어려운 엄청난 차이도 있습니다. (1) 통지서 받는 나이가 달라진 점, (2) 대학입시 통지서 받을 때의 체력과 달리 대학원 통지서 받을 때의 체력은 엄청나게 퇴보했을 것이라는 점, (3) 대학입시 통지서 받을 때보다 머리가 무척 안좋아졌을 거라는 점 (어제 먹은 저녁 식사에 나온 반찬은?) (4) 공부에 올인하기 불가능하다는 점 (취업이 안되었다. 돈이 필요하다! 나에겐 돌봐야할 아이가 있다!  등등.) 

석사지원을 하셨다면 2년간, 석박통합이라면 평균적으로 5-6년간, 박사지원을 하셨다면 최소 5년간 "공부" 가 아닌 "연구" 를 하시게 됩니다. 

입학 전까지 두어달 남았습니다. 

이빨 꽉 깨물으시고, 안전바 꽉 잡으시고, 최소한 아래와 같은 사항을 준비해 보세요. 

길이 너무 길어지므로 이번 글에서는 풀타임 학생의 경우에 대해서만 짤막하게 적어보겠습니다. 

* 풀타임 학생이라면 (특히 대학졸업 마치자마자 오는 경우라면) 

1. 입학 전에 여행은 한번 다녀오세요. 또는 부모님 댁에 한두번이라도 찾아뵈셔요. 

대학원에 들어오게 되면 정말 루틴한, 그리고 늘 잔잔하게 고통스러운 생활이 시작됩니다. while (1) {수업듣고 랩 출근하고 플젝 실험하고 숙제하고 보고서 내고, 회의하고.} 

대학원 합격하실 때까지 충분히 열심히 사셨습니다. 한번 다만 며칠간이라도 혼자 여행 훌쩍 다녀오세요. You deserve it! 

그리고 부모님 댁에 한번 찾아뵈셔요. 학회 논문 투고 마감철, 졸업논문 마감철에는 정말로 전화받을 시간도 전화 드릴 시간도 안납니다. 

2. 재무 계획을 짜보세요. 

합격이 되셨다면 본인이 지원하려고 하는 연구실에 컨택하셔서 (랩장 또는 교수님) 본인 역량이 어떤지 말씀드리고, 혹시 연구실에 입실하게 되면 프로젝트에 참여 가능할지 미리 확인해 보세요. 또는 진학하려고 하는 대학원이 BK 등 정부지원 과제가 있는지 확인해 보는 것도 좋겠죠.

그것도 아니라면 대학원생들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장학금 제도도 미리 찾아서 활용해 보세요. (학부 때도 그렇지만 본인이 발품 팔아서 정보를 얻어야 합니다. 중복수령이 가능한 장학금인지, 의무조항이 붙는지도 꼭 체크해야 하고요.)  요즘에는 기업들에서 산학장학금 (졸업 후 해당 기업으로 입사하여 몇년간 근속하는 것을 전제로 장학금 받는 제도) 도 종종 눈에 띄더라고요. 

그래서 대략 연구실에서 수령가능한 비용, 장학금에서 수령가능한 비용, 또는 부모님께서 서포트 해주시는 비용 등을 감을 잡아보는게 좋습니다. 

3. 거처도 구해야 겠죠?  (대학원생들에게는 기숙사가 보통 제공이 안됩니다. 대부분 서울에 연고가 없는 학부생들에게 우선순위가 가거든요.) 

기왕이면 학교와 가까운 곳이 좋습니다. 사실 학교 근처는 거주 시설이 좀 열악한 편이기는 합니다. (아, 물론 집에서 학교 근처에 아파트를 하나 떡하니 얻어주셨어요... 같은 경우는 예외입니다. -_-;; 통념상 학교 근처 원룸, 하숙, 자취 등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대학원 생활 기간 중 특히 중간/기말/텀프로젝트/각종 프로젝트 보고서 및 마감철/논문 투고철/졸업논문 시즌... 에는 퇴근시간이 매우 불규칙적으로 되므로, 체력과 시간을 보존하려면 가까운 곳이 좋습니다.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기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간단히 걸어갈 수 있는 거처와, 40-50분 가까이 대중교통수단 이용해서 가야 하는 경우 중 어느게 장기전에 더 좋을지 한번 생각해 보세요. 

심지어는 마감철에는 연구실문을 나서서 전철역까지 가는 것이 귀찮아서 (또는 그럴 정신에너지가 안남아 있어서) 그냥 랩에서 자버리게 되는 경우도 생깁니다. 건강에 무척 안좋겠죠? 

4. 공인 영어 시험은 미리 보고 들어오세요.

공인영어 성적의 유효기간이 다 되었다면 (또는 졸업사정기간 - 즉, 2022.3 월 입학이라면 2023.9월에는 졸업사정 서류를 미리 내야 하므로 넉넉하게 2023.9 월~10월 경 공인영어성적 유효기간이 만료되는지 확인해 두세요.) 입학 전에 미리 시험을 보도록 하세요. 사실 대학원 졸업에 요구되는 TOEIC, TOEFL 시험 점수는 전혀 높지 않습니다. 다만 입학 후 학기 중 생활을 하면서 시험까지 보기엔 행정적인, 또 물리적인 시간 맞추기가 어려울 뿐입니다. 깔끔하게 미리 보고 들어오는게 좋습니다. 

5. 시간을 절약할 방안을 궁리하셔야 합니다. 

대학원에 따라 다르지만, '선수과목' 들 중에서 일부는 학부 백그라운드가 대학원 전공과 맞지 않는 학생들을 위한 완전 introductory 과목인 경우들이 있고, 몇몇 과목은 면제시험 (wavers) 을 제공합니다. 즉, 선수과목 인정시험을 통과하게 되면 그 과목은 안들어도 되는거죠. 예컨데 3학점 과목이라고 하면 1주일에 3시간을 수업으로 쓰고, 과목에서 나오는 숙제, 중간고사/기말고사, 과목들으러 오가는 시간을 계산하면 기초적인 "선수과목" 때문에 주당 5시간 내지 6시간을 쓰게 되는 겁니다. 선수과목 면제시험을 패스해서 이 시간을 꼭 확보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 시간이면 훌륭한 논문을 한편 읽고 뿌듯함을 누릴 수 있는 시간이죠 (뭔가 연구한 것 같다는 기분을 제공해 주죠). 이런 기분은 자주 느끼는게 필요한 것이, 대학원 생활 내내 자존감을 높일 수 있게 됩니다. (소소한 기쁨/자기 인정 이 자꾸 공급되지 않으면  정말 대학원 기간 중 멘탈 흔들리고 열등감에 시달리게 될 수도 있습니다.) 

6. 가장 중요한 것으로 "스토리를 짜보는 것" 입니다. 

수석졸업, 최우수 논문 ... 이런 거창한 것이 필요한게 아닙니다. 아래와 같은 딱 3줄을 도출해 내보자는 겁니다. 

아래 세줄은 대단히 평범하게 지낸  대학원생의 소개 멘트 같아 보이지만, 각 OOOO 을 채우기 위해 정말 엄청난 노력을 한겁니다. 연구소나 직장에서도 이런 점들을 알기 때문에 대학원 졸업생들을 더 우대해 주는 것일 거고요. 

내가 비록 학부 성적이 좋지는 않았지만, 공부를 하겠다는 결심을 하고 대학원에 진학하여 OOOOOO 분야를 연구하기 시작했고, OOOO 학회/ 또는 OOOO 저널에 논문을 게재하였습니다. 대학원 기간 동안 참여했던 관련 연구프로젝트는 과기정통부에서 발주한 OOOOOO 프로젝트, OOOO 프로젝트 가 있고, 특허 및 소프트웨어는 OOO 을 개발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저 3줄을 채우기 위해서 필요한 것들을 미리 구상해 보세요. '해외 저널에 내려면 영어 작문이 되어야 하는데, 난 아직 일기건 자기소개 글이건 어떠한 종류의 글도 영어로 A4 한장 채우기 무리인데...' 라든가, '프로젝트를 하려면 코딩은 당연히 해야 겠지? 파이썬이라도 입학 전에 좀 봐두어야 겠다.' 라든가, '머신러닝을 보안에 접목하는 연구가 핫하다는데, 근데 난 머신러닝을 학부 때 안배웠는데. coursera 라도 미리 들어볼까.' 같은게 도출될 겁니다. 

참고로 아래와 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습니다. 

"근데 난 머신러닝을 학부 때 안배웠는데. 대학원에서 차근히 가르쳐 주지 않을까?" -> (첫 수업부터 학부 때 이 정도는 다 배워서 아시죠? 자 그럼 논문 리뷰부터 시작하죠. 라는 랩세미나 멘트 또는 수업 멘트를 많이 접하게 될 겁니다. ) 

"난 프로그래밍 잘은 못하는데, 옆에 대학원 선배들이 좀 가르쳐 주지 않을까?" (천만의 말씀 -_- 모든 대학원생은 각자 바빠서 누구를 돌볼 겨를이 없습니다. 한사람 몫을 못해내면 프로젝트에서도 퇴출당합니다.) 

맺으며:

입학 통지 후 입학까지 얼마나 준비를 했냐에 따라 확실히 입학 후 감내 가능한 스트레스 허용치가 달라집니다. 물론 이에 따라 성과의 양도 달라집니다. 소소한 내용을 적기는 했지만, 도움되었으면 합니다. 

실은 저도 저희 연구실 학생을 케어를 잘 못해주고 있고, 프로젝트만 많이 하는 편이고, 인격적으로 대인배도 아니고, 또한 논문 지도도 잘 한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미리 준비된 학생들의 노력 덕분에 저도 성장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교학상장(敎學相長) “가르치고 배우면서 함께 성장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