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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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후반부터 보안 시장에 모습을 들어내기 시작한 사람들을 2세대라
부른다. 해커나 시스템 밴더, 통신 및 금융권 출신들이 CEO로 등단하기 시
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이들 2세대들은 대부분 1세대와 같은 뿌리에서 태동했다. 1세대 CEO와의
인연으로 보안 업체를 차리거나, 지분관계 등으로 묶여있는 경우가 많다.
‘보안 산업 발전에 이바지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전문 경영인'이라는
긍정적인 평가와 ‘분위기에 휩싸여 업체를 세우고 과당경쟁의 들러리가 됐
다’는 비난을 동시에 받고 있는 사람들…. 2세대 보안 인맥을 해부한다.
◆ 1세대에서 독립한 CEO들
해커스랩(보안 컨설팅), 리눅스시큐리티(리눅스 보안), 지텍인터내셔널
(PC보안), 이시큐리티(통합보안), 시그마테크(전자 결제), 케이비테크놀
러지(전자화페), 디지캡(콘텐츠 보안)의 공통점은? 업종은 다르지만 모
두 1세대 보안 업체들과 깊은 인연을 맺고 있다는 점이다.
해커스랩의 이정남 원장과 김창범 사장은 시큐어소프트 이사와 연구소장
을, 리눅스시큐리티의 백석철 사장은 시큐어소프트 보안 연구소장을 역임
한 바 있다. 지텍의 백기동 사장은 넷시큐어테크놀러지에서, 이시큐리티
신영우 사장과 시그마테크 장철웅 사장은 모두 켁신시스템에서 활동했다.
케이비테크놀러지의 조정일 사장은 한국정보통신 연구소장을, 디지캡의 신
용태 사장은 보령제약 계열회사인 비알네트콤에서 고문으로 활동하다가 분
사를 주도한 바 있다.
과거 경험이 현재의 비즈니스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이시큐리티의 경우 켁신시스템 시절 침입차단시스템(방화벽) 평가에서 윈
도 NT 기반으로 유일하게 K4등급을 획득한 기술력을 기반으로 하이브리드
방식의 'ES/Firewall'을 출시했다. 이시큐리티는 이 제품으로 해외 시
장 공략에 나설 계획.
디지캡 역시 비알네트콤 시절 국내 최초로 개발한 콘텐츠 저작권 보호 기술
을 발전시켜 워터마킹과 DRM(디지털 저작권관리) 제품을 내놓고 있다.
신용태 디지캡 사장은 “90년대 후반 디지털 콘텐츠 저작권 보호제품을 출
시하고 ‘만무방’ 서비스를 시작한 것은 비알이 처음일 것”이라며 “오
랜 기술개발을 통한 노하우와 비즈니스 모델을 적용할 수 있다는 게 장점”
이라고 설명했다.
◆각 분야 전문가들의 등장… 밴더, 금융권, 통신업체, 언론인 출신
CEO
보안 시장의 파이가 커지자 각 분야 전문가들이 보안업체 CEO로 등단하기
시작했다. 대부분 기술 벤처의 외부 전문가로 영입된 케이스지만 전문인력
을 모아 직접 창업한 사례도 있다 .
코코넛의 조석일 사장과 데이터게이트인터내셔널 정용섭 사장은 오라클과
IBM 출신이다. 조 사장이 외부 전문가로 영입됐다면, 정 사장은 직접 창
업한 케이스.
코코넛은 안철수연구소, 펜타시큐리티시스템, 데이콤인터내셔널이 공동 투
자해 설립하면서 한국오라클 금융사업 담당 영업 본부장인 조석일 씨를 사
장으로 영입했다. 정용섭 사장은 IBM 아태 지역 전산고문 및 보안감사로
재직할 당시, 미국 현지 언론에서도 생경했던 AXENT(액센트, 현 시만텍)
의 가능성을 보고 전략적인 제휴관계를 성사시켰다. 그 후 정 사장은 하길
중 한국IBM 전 상무이사, 윤영석 국방과학연구소 연구원 등 지인들과 함
께 데이타게이트인터내셔널을 설립하게 된다
금융권 출신 CEO들은 전자 지불 결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은
행, 카드사에서 수년간 일해온 금융인들이 인터넷 시대에 걸맞은 금융 인
프라를 창조하기 위해 벤처 사업에 뛰어든 것
금융솔루션 구축 업체인 R2C 최원혁 사장은 16여년간 경기은행 전산팀을
이끌어 왔다. 사설 전자서명 인증시장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는 부루소인터
내셔널 오상균 사장은 서울은행 출신. 그는 전자금융 분야를 선도했던 서
울은행 WAP(World Scout Affinity Program)3000팀 팀장으로 활동하면
서 서울은행의 전자서명 인증 서비스를 주도해 왔다.
사이버텍홀딩스 자회사인 아이머닉스 최정준 이사 역시 금융 전문가. 그
는 삼성카드에서 최연소 e비즈 팀장을 역임할 정도로 능력을 인정받았다.
통신업체 임직원들의 보안 업체 진출도 활발했다. 데이콤 전자상거래 사업
부장 출신인 정상범 티지코프 전무나 천리안 마케팅 본부장 출신인 최주선
사장이 이끄는 메일캐스터가 대표적. 메일캐스터는 직원뿐 아니라 주주사
대부분에 데이콤 전 인력이 참가하고 있어,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보여주
고 있다.
이 밖에 안철수연구소 한상학 부사장은 국내 최대의 통신업체인 한국통신에
서 17년 동안 인터넷의 특성과 성격을 연구해 왔다. 그는 재임기간 동안
한미르 프로젝트와 사이버드림타운 매가패스-엔토피아 프로젝트를 성공적으
로 수행하기도 했다.
이들 통신 전문가들은 ‘인터넷을 알아야 인터넷 보안을 할 수 있다”는 말
에 걸맞게 새로운 유저 인터페이스와 비즈니스 모델 만들기에 누구보다 열
심이다.
김강호 사이젠텍 사장은 문화일보 기자 출신으로, 기자 시절 해커들을 취
재한 인연으로 인터넷 보안 업체 사이젠텍을 설립했다. 김 사장이 ‘해커
를 해킹한다’(개마고원), ‘해커시리즈’(이코노미스트, 중앙일보) 등
을 저작할 당시 취재했던 전 해커동우회 출신들이 현재 기술인력의 모태가
됐다.
◆ 해커 출신 CEO의 등장
보안 컨설팅 업체에 집중돼 있는 해커 인력 중 CEO 역시 해커 출신인 경우
는 소수에 불과하다. 정규교육을 받기 힘들고, 적응력도 뒤떨어지는 해커
의 속성상 CEO보다 연구소에서 활동하는 게 대부분이기 때문.
하지만 몇몇은 한 기업을 책임지는 CEO로 위용을 떨치고 있다. 지난해 국
내 최초로 국제 해킹대회를 연 윈디시큐리티쿠퍼스의 이길환 사장이나,
KAIST 해킹 동아리 출신 김휘강 사장, 역시 같은 동아리 출신 김창범 해
커스랩 사장이 대표적이다.
이들 젊은 CEO들은 뛰어난 기술력과 공격적인 영업으로 국내 보안 역사에
또 다른 획을 긋고 있다.
◆ 협회를 개혁하라…2세대들의 요구
한국정보보호산업협회에 등록한 보안업체는 최소 200여 개를 넘어서고 있
다. 이처럼 많은 업체가 갑자가 등장한 것은 그만큼 보안산업에 대한 기대
가 부풀려졌기 때문이다.
1세대 업체들이 과당경쟁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인수합병과 공동 마케팅
제휴에 집중한다면, 2세대 업체들은 '자기 목소리 내기'에 사활을 걸고 있
다. 국가 전략산업인 보안의 특성상 정부 정책은 산업 육성과 직결되는
데, 브랜드조차 알리기 어려운 2세대들의 의견은 반영되기 어렵다는
것.
이들 2세대들이 낸 '자기 목소리'의 대표적인 사례가 한국정보보호산업협
회에 대한 불만의 소리다. 협회가 지나치게 이사회사 중심이고, 업계 의견
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백원철 사이버리서치 사장은 "한국정보보호산업협회가 초창기에 정보보호
산업 육성을 위해 공헌했던 것은 인정하지만, 이제는 제2의 도약을 위해
변신해야 한다고 본다”며 협회의 개혁을 촉구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보통신기반보호법중 정보보호 전문업체 지정처럼 생
존과 직결되는 문제라면 협회가 나서 여론을 수렴하고 정부에 건의했어야
했다”며 “자본금 20억원 이상 고급인력 5인이상(기술진 15인)의 조항은
대형 보안업체나 SI업체만 키우는 꼴이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자본금이나 인력 같은 외형에만 집중한다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는 분야
별 전문 업체는 만들어 질 수 없다는 것이 '보안 2세대'들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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