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서 2010년 봄학기부터 교편을 잡다 보니, 많은 변화를 느끼게 됩니다.
가장 피부로 와닿는 변화는 영문CV를 보내오는 사례가 늘어난 점, 대학원 입시 전 사전컨택이 늘고 있는 점, 연구실 인턴십 요청이 늘고 있는 점입니다.
특히 대학원 입시철이 다가오게 되면 졸업이 한두학기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4학년 1학기 재학생이) 대학원 생활에 일찍부터 관심을 갖고 연구실에 인턴으로 경험을 쌓고 싶다고 요청이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3-5년간 유난히 부쩍 달라진 추세입니다.
이 시점에 제가 갖게 되는 궁금함은 다음과 같습니다.
- '이렇게 하는게 대학원 연구실 인턴 지원하는게 좋다' 라고 게시판에 글이라도 올라가 있나요? 또는 대학원 입시 컨설팅 같은게 있나요? 지원자들의 영문 이력서 (CV) 도 거의 포맷 (목차, 폰트, 템플릿) 과 내용도 대동소이해요.
- 학부생으로서 대학원 연구실에서 '인턴'을 한 것도 회사에 지원서 낼 때 '스펙' 으로 활용가능해서 인가요?
여하간,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를 줄여보셨으면 하여 제 생각을 적어보았습니다.
첫째, 일단 랩에 인턴십 지원할 때입니다.
- 대학원 준비중인 주변 학생들이 다 연구실 인턴 지원하니 FOMO 감정으로 대뜸 지원하면 본인에게도 연구실에도 마이너스가 됩니다.
- 인턴이 되어도 허송세월이고, 인턴 마치고 그 랩 또는 타 대학원에 들어가게 된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 랩에 인턴으로 들어오고 싶어서 학부생 기간 중 쌓은 경험을 너무 과장해서 적는 경우가 많아 눈살이 찌푸려집니다. (10명 중 9명이 그렇습니다.)예컨데, 우리 연구실에 지원하기 전에 다른 교수님 지도하에 특정 연구과제에 참여한 것을 CV에 그럴듯하게 적었지만, "그 과제는 무엇을 연구하는 과제인지 간단히 설명해 주세요.", "그 과제에서 본인은 어떤 역할을 했나요?" 라고 질문 딱 2개만 해봐도 대부분 답을 제대로 못합니다.
둘째, 랩 인턴십을 마치고 나서, 대학원이나 회사에 지원할 때 입니다.
- 절대로 경험을 과장하지 마세요. 입사지원서에 연구실 인턴 경력을 과하게 보장했다면 그냥 경력 과장을 하는 사람으로 판단되어 광탈합니다.
- 학부시절 난 이렇게 active 하게 살았어요 라는 걸 어필할 겸 dry 하게 한줄 언급할 수는 있겠지만, 연구실 인턴기간 동안 엄청나게 중요한 일을 한 것처럼 적지 마세요.
- 무엇보다도 연구실이 막장운영 되는 것이 아니라면, 정신 멀쩡한 교수가 학부 연구원에게 특정 프로젝트의 핵심 업무를 맡기는 일은 있을 수 없어요. 연구원(석, 박사)들이 없는 신생랩이라면 연구 퀄러티를 위해 교수가 직접 핵심 연구 업무를 하겠죠.
- 취업시 연구실 인턴 경험은 크게 비중을 두고 보지 않습니다.
- 입사에 탈락할 사람이 연구실 인턴십 경험이 있다고 붙지도 않으며, 입사에 합격할 사람은 연구실 인턴십 경험이 없어도 붙습니다.
- 인턴십 기간을 3~6개월이었다고 전제해 보면, 그 짧은 기간에 논문을 썼을 리도 만무합니다. 좋은 논문 많이 쓴 졸업생들이 연구실 인턴십 기간을 가졌는가는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어요. 도리어 졸업하는 그 순간까지 (4학년 4학기 까지) 학과 수업에 충실하게 공부하고 오는 학생들이 더 꾸준한 성과를 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론입니다.
만약에 순수하게 연구를 미리 접해보고 싶어서 대학원 연구실에 인턴 지원을 한 것이라면, '본인을 잘 어필해 보고 싶은 마음에 과장해서 써서 오히려 부정적인 인상을 남기는' 우를 범하지 않았으면 하고요.
오히려, 인턴십 기간을 강조하기 보다는 본인이 개발에 흥미가 많고 active 한 연구자라는 것을 보일 겸 github page 를 학부 1~2학년 때부터 만들고 꾸준히 자기가 개발중인 코드를 업로드(체크인) 하는 건 어떨까요?
연구실 인턴십 지원을 하는 경우건, 취업을 하는 경우건 저라면 이런 경험을 가진 사람을 더 선호할 것 같아요. (해외기업이라면 더더욱 이쪽을 볼 테고요.)
<2023.8 에 올린 관련 페이스북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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