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5월 21일 토요일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Christchurch)로의 연구년
많은 교수님들이 연구년 (안식년)을 미국에 있는 대학들로 가시곤 합니다.
저는 좀 특이하게 뉴질랜드로 연구년을 온 경우인데요. 아주 만족스럽습니다.
제가 연구년을 뉴질랜드로 잡은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대표적인 걸 뽑아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도착 시점 기준으로 보았을 때 아이가 영어를 잘 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초등학교에 갔을 때 말 잘 못하는 아시안 학생이 왔을 때 잘 어울릴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 앞섰고, 행여라도 차별 같은 것을 혹여 겪을까 두려웠습니다. (굳이 1년간 차별받으려고 해외 나올 필요는 없죠.)
저도 6개월 정도밖에 체류를 안해보았지만 사람들이 심성이 순하고 타인에 관대한 편입니다. 미국만 해도 약자에게 거친 이미지가 없잖아 있는데, 여기서는 전혀 그런 걸 느끼지 못했습니다.
아이가 다니는 학교는 집 근처인데 17개 국가 출신의 학생들이 섞여 있는 곳이고 선생님들도 잘 챙겨주시는 편이어서 마음을 놓을 수 있었습니다. (사실 아이가 적응 못하면 연구년 와서 마음이 늘 편치 않았을 텐데요. 너무 적응을 잘해서 좋습니다.)
2. 아이에게 대자연을 보여주고 호연지기를 길러주고 싶었습니다.
아파트에서 조금만 쿵쿵 거려도 아래집에 폐가 될까봐 집에서 절대 못뛰게 엄격하게 가르친 편인데, 그러다 보니 신나게 뛰어놀아야 할 아이가 도리어 위축되어 사는 건 아닌가 싶기도 했고, 아이가 어렸을 때 축농증 같은 알러지를 겪기도 해서 맑고 깨끗한 자연을 경험해 주게 하고 싶었습니다. 산도 호수도 여기는 스케일이 참 남다릅니다. 크라이스트쳐치에서도 조금만 교외로 벗어나면 입이 떡 벌어질 정도의 풍경이 넘쳐 납니다. 카이코우라, 아카로아, 핸머스프링즈 등 가까운 거리에 즐길 거리도 많고요.
(아무래도 남섬이 북섬보다 즐길 자연경관이 더 많습니다.)
3. 신혼여행을 왔던 곳이기도 해서 꽤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는 도시이기도 합니다.
물론 단점도 있긴 합니다.
1. 2011년 크라이스트쳐치를 강타했던 뉴질랜드 대지진 여파가 남아 있어서, 도심지는 아직 복구중인 곳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살다보면 도심지에 갈 일이 거의 없다보니 (도시 처음 방문하고 대성당이나 박물관 한두곳 방문하는 때를 제외한다면) 당시 무너진 도심이 복구중인 것 자체는 전혀 문제가 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그 때 많이 거주하던 한인들, 유학생들이 오클랜드로 많이 이동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인천에서 크라이스트쳐치로의 직항은 없습니다. 그건 약간 한-뉴 오갈 때에 번거로운 점이긴 합니다. (조용히 쉬고 싶은 저로서는, 한인들이 적은 것이 장점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
2. 한국과 뉴질랜드의 물가의 차이인데, 초반에 몇몇 카테고리의 제품들에 적응이 안된다 뿐이니, 한두달 지나면 금새 적응이 됩니다.
우선 인구가 적은 국가이다 보니 사람에게 서비스를 받는 비용은 일단 비쌉니다. 예컨데 세탁기를 새로 구입했다고 하면 우리나라처럼 당일무료배송 & 설치 같은 것은 안됩니다. 배송료를 따로 내고 스케쥴 잡아서 4일 정도 (길면 1주일) 후에 배달이 옵니다. 설치비는 매장에 따라 다른데, 매장에서 무료로 지원해 주는 곳도 많습니다.
기본적으로는 공산품 가격은 우리나라보다 비쌉니다. '이 허접한 물건 가격이 어째서 이만큼이나 된단 말인가...' 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것들을 초반에 제법 느끼게 되는데요. 대신 소고기, 치즈, 사과 등등 농축산물 가격은 항목에 따라 정말 싼 것들이 많습니다.
전기세는 비싼 편이나 반대로 수도세가 없습니다. (더불어 크라이스트쳐치는 수도물을 그냥 마셔도 됩니다. 정수기나 생수 구매 비용 같은 거는 들지 않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에 드는 부분들이 점점 늘어나는 도시입니다.
타인을 잘 배려하는 문화, 쾌적한 자연환경, 가정적인 분위기, 괜찮은 치안 등등..
쾌적한 자연환경에서 심신의 건강을 되찾고 가족과 있는 시간을 충분히 즐기고 싶다면 다른 국가보다 뉴질랜드를 추천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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